미술관 옆 동물원
키다리 아저씨
리네플
2009. 12. 15. 00:15
그림 이수동 /키다리아저씨
1.
아무래도 나는 쫌 모옷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씩 엄마는 드라마나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관상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아무래도 나는 쫌 모옷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씩 엄마는 드라마나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관상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얘, 저런 얼굴 가진 사람은 사귀면 안되..."
그러면 나는 재밌어 하며 묻는다.
"그럼... 저런 얼굴은?"
"음, 괜찮아.겉으로 못~되게 생긴 사람이 아내 말은 더 잘 듣는다..너.
착하게 생긴 사람이 더 고집세고 우유부단해서 힘들게 하고..."
그러면 나는 재밌어 하며 묻는다.
"그럼... 저런 얼굴은?"
"음, 괜찮아.겉으로 못~되게 생긴 사람이 아내 말은 더 잘 듣는다..너.
착하게 생긴 사람이 더 고집세고 우유부단해서 힘들게 하고..."
엄마와 오랫동안 룸메이트로 지낸 아빠는 젊은시절 몹시도 착하게 생기셨더랬다.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쫌 모옷~된 얼굴을 하고 계시지만.
2.
결혼하기 전에 딸은 아빠와 화해해야 한다고 한다.
"아직 결혼 안한건 아직 아빠같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래요."
아빠의 얼굴이 잠시 클로즈업되고 얼굴가득 미소가 번젔다. '녀석...'
TV프로그램의 한장면이었다.
지금보다 좀더 어렸을 적의 나는, 그리고 바로 며칠 전까지의 나는
아빠와 비슷한 사람 혹은 아빠같은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거야-를 다짐하던 딸이었다.
"아빠, 내가 아직 결혼 안한 건 아직 아빠같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거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웃었지만
뻔히 보이는 빈말이라는 거 알면서도 좋아하시던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서
빈말이었다는 게 순간 굉장히 미안해졌다. 그리고 진짜 그런 마음이 생겼다.
그 사람, 아빠의 좋은 모습만 닮은 그런 사람과 만날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