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네플 2009. 6. 5. 00:13



1.
어릴 적 엄마는 내 얼굴이 해처럼 동그랗다고 했는데
나는 얼굴이 동그랗다는 게 정말 싫었어.
이유는 갸름한 달걀형이 미인이라는 얘기 때문이었어.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는 데 내 얼굴은 결코 동그랗지 않더라.
그리고
그제서야 나는 내 얼굴이 동그랬으면하고 바랬어. 


전철을 타면 맞은 편 사람들을 쳐다보는 습관이 있는데.
사람들의 표정이나 느낌...그거 보는 거 은근 재밌거든.
맞은 편 유리창에 비치는 내 얼굴과 표정도 보게 되고
얼굴엔 그날의 마음이나 기분이 그대로 묻어나.
조금 슬퍼보이면 일부러 입꼬리를 올려보고 그런다.



2.
매일 아침마다 전철을 타면 만나는 시각장애인이 있는 데 커다란 골든 리트리버와
함께 차를 타는 데 강아지가 피곤한지 앉을자릴 찾고 그런다.
벌써 몇번이나 만났는 데 이젠 왠지 친근해져서 그사람에게 말을 걸고 싶어져.

남자야?
-응.
잘생겼어?
-어.
ㅎㅎ

일반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상대적으로 잘 기억되지 못한데.
익숙하고 오랜 만남을 가진 사람들에겐 외모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데.
그사람에 대한 정보는 얼굴 외에 다른 것도 있기 때문이라나.

그리고 만남의 시작은 얼굴이지만 관계의 시작은 얼굴이 아니래.

 

3.
오늘도 학원 여기저기에 버려진, 아이들에게 버려진 유행지난
꽃미남들의 사진을 몇장 주웠어.
사진속의 미남들이 방긋방긋 예쁘게도 웃는거 있지.
 
'아하, 정말 잘생겼군. 정말이야. 아, 저 오뚝한 콧날, 저 시원한 눈매 좀 보아...'

그러나 중요한 건 나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것.






그림 이수동/ 우리 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