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러브레터
우리 동네에 이런 정류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리네플
2008. 7. 15. 23:52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에 걸리셨더랬다.
다른 건 다 잊어버리셨는 데 예전에 살던, 어릴 때 살던 동네 이름은 기억하셔서 말씀하셨는 데.
수푸르지, 수푸르지에 가고 싶다-하셨단다.
어느날 동네 어귀를 돌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표지판을 보았다.
골목길 이름이 적혀있었는 데 '수푸르지'라고 쓰여 있었다.
아...
여기가 할머니가 말하던 그 수푸르지?
그래, 그 수푸르지가 여기 였어.
아빠도 몰랐어?
응.
나는 그 이름이 낯설어서 할머니가 만든 이름일거라고,
아니면 이름을 잘 못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더랬다.
그 표지판을 보기 전까지 오랫동안은.
그 길 할머니집 가는 길-이라고 하면 어떨까?
예전 할머니가 살때는 이곳이 온통 나무 숲이었단다.
지금은 할머니가 살던 집도 없고 할머니도 안계시고 나무 숲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이번 정류장은 수푸르지, 수푸르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