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버스정류장
아저씨와 포도주와 피자
리네플
2009. 1. 11. 00:14
저녁으로 피자를 먹었더니 속이 느끼한가보다.
콜라, 사이다 같은 쳥량음료가 땡긴다.
냉장고에 오래된 묵은 포도주가 있길래 한잔 아니 반잔 마셨다.
좋다.
한잔 더 마셔야겠다.
일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보인다.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 자기 이익만 따지는 사람.
손익계산이 철저한 사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날이 추워졌다.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한다.
길가의 그 노숙자 아저씨가 걱정된다.
"저희 교회에 와서 주무세요."라고 했더니 아저씨 조용히 웃으면서
"아니요, 괜찮아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네, 비오면 그때 갈께요.고맙습니다."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는가보다 실제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그 아저씨도 보여지는 것-노숙자-이외의 아저씨 모습이 가끔은 궁금하다.
뭘하시던 분이었을까?
하루종일 같은 자리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할까?
아무말도 없이 심심하거나 누군가와 말하고 싶진 않을까?
맞은 편 가게의 음악소리가 시끄럽진 않을까?
잠은 제대로 잘까?
슬슬 취기가 올라온다.
어떡하니. 한잔 또 하고 싶다.
마음으로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은 밤이다.
있쟎아요, 저는요 치사하게 살고 싶지 않은 데요, 가끔은 제자신이 참 치사해보여요.
저도 별수없는 그런 사람인거예요.
사는 게 다 그렇죠. 원래 세상이 그래요.
그래도요 치사한 걸 알았으면 앞으론 그렇게 안하면됩니다.
그게요 또 웃긴게 마음 먹기에 달렸어요.
참 사람 마음이란 게 그게 이상한거예요.
그런데 아저씬 왜 여기 이러고 계세요?
저녁에 본 아저씨는 컵라면을 먹고 있었고 누군가가 두고간 듯한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지금 이시간에도 거기에 있을까?
조금 걱정된다.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만난지 3년이 넘어간다.
아, 얼굴이 붉어지고 뜨거워졌다. 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