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땅

꽃샘추위

2010. 3. 19. 00:41 : 편지-러브레터



1.
꽃샘추위가 한바탕 지나고 나면 깊은 바다속도 강물도 공기도 정화가 되어 나무를 심어도 잘자라고
농작물도 잘자란다고 한다.
봄은 참 쉽게 오는 게 아닌가보다. 40년 전에도 꽃샘추위는 있었다고 하네.
그전에도 있었겠지.

2.
며칠 전 엄마와 한바탕 다투고 나가면서 문밖에서 채 1미터되지 않은 곳에서부터 후회와 미안함이 몰려왔다.

'좀 참는건데..'
'이겨서 뭐하겠다고..'
'....'

한시간이 채 안되었을 때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딸!엄마성격이까칠해서속상하게했구나미안해좋은하루웃으며만나자

한찬동안 한자 한자 꾹꾹 눌러서 보냈을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핑돌았다.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참이었는 데 망설이고 있었는 데..


3.
물리적인 거리와 생각이나 느낌같은 정신적인 거리 둘 중 어느 게 더 크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out of sight out of mind 라고 하지만
마음에서 멀어지면 눈 앞에 있어도 인지할 수 없으니 그 거리감이 더 크지 않나..싶었다.
알고보면 나도 참 까칠한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4.
저녁에 집에 오면서 케잌 하나 사가야지 하다가 빈손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마자 반기는 엄마.

"까칠한 딸 왔니?"

다시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얘기하고 웃고.

밖에 있으면서 종일 앞으로 더 잘해야지.
또 같은 일이 생기면 그러지 말아야지.
잘해야지.
옆에 계실 동안 함께 있는 날 동안 잘해야지.
지금도 뭐 썩 잘하고 있진 않쟎아...그치. 그러니까 더 잘해야지.
엄마와 좀 다투는 날은 그런 생각 더 많이 하게 된다.


엄마아, 살다보면 꽃샘 추위는 꼭 날씨에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아.





Posted by 리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