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땅

'미술관 옆 동물원'에 해당되는 글 25건

  1. 2010.01.23 인연
  2. 2009.12.15 키다리 아저씨
  3. 2009.11.28 너무 늦은게 아니었으면...
  4. 2009.11.15 겨울이 좋은 이유
  5. 2009.10.31 시월이 가면 4

인연

2010. 1. 23. 11:20 : 미술관 옆 동물원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하던 시절 유행하던 글이 있었다.
만날 사람은 꼭 언젠가는 만난다는 그게 인연이라던.


수많은 남녀들이 지금 이시간에도 어디선가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서로를 찾아 헤매기도 할거다. 나의 인연이 될 운명이 되어줄 그사람을 찾기 위해.

옆집에서 만난 오빠1네 커플.
아파트 위, 아래층에서 만난 오빠2 네 커플.
주인집아들과 주인집에 세들어사는 아가씨로 만난 아빠와 엄마.
모두들 첫눈에 인연이란 걸 알아봤을까.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가 첫 느낌이었단다. 
정말 별거 없구나...싶더라.








그림 이수동/ 사랑圖

 







인연이나 운명이란 말은 서로가 만났을 때 하는 게 아니라
삶의 마지막 순간에 하는 거라고.
그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때도 지금도 그말이 참 맞다고 생각한다.
분명한 건
내가 한국사람인 것과 내 부모님의 첫째 딸인건 나의 운명이 맞는 것 같다.
내 마음대로 선택할수 없었으니까.



 



                                                                                              



Posted by 리네플




그림 이수동 /키다리아저씨





1.
아무래도 나는 쫌 모옷되게 생긴 얼굴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가끔씩 엄마는 드라마나 광고에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서
관상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얘, 저런 얼굴 가진 사람은 사귀면 안되..."
그러면 나는 재밌어 하며 묻는다.
"그럼... 저런 얼굴은?"
"음, 괜찮아.겉으로 못~되게 생긴 사람이 아내 말은 더 잘 듣는다..너.
착하게 생긴 사람이 더 고집세고 우유부단해서 힘들게 하고..."

엄마와 오랫동안 룸메이트로 지낸 아빠는 젊은시절 몹시도 착하게 생기셨더랬다.
어찌된 일인지 지금은 쫌 모옷~된 얼굴을 하고 계시지만.


2.
결혼하기 전에 딸은 아빠와 화해해야 한다고 한다.

"아직 결혼 안한건 아직 아빠같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래요." 
아빠의 얼굴이 잠시 클로즈업되고 얼굴가득 미소가 번젔다. '녀석...'
TV프로그램의 한장면이었다.
지금보다 좀더 어렸을 적의  나는, 그리고 바로 며칠 전까지의 나는 
아빠와 비슷한 사람 혹은 아빠같은 사람과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거야-를 다짐하던 딸이었다.
"아빠, 내가 아직 결혼 안한 건 아직 아빠같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런거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웃었지만
뻔히 보이는 빈말이라는 거 알면서도 좋아하시던 모습이 그대로 전해져서
빈말이었다는 게 순간 굉장히 미안해졌다. 그리고 진짜 그런 마음이 생겼다.
그 사람, 아빠의 좋은 모습만 닮은 그런 사람과 만날거라고..














Posted by 리네플






그림 이수동/ 고백



그림 이수동/ 고백을 듣다



너무 늦지 않았으면...
선택하고
결정하고
시작하고
한 걸음 떼는 것에
너무 늦은게 아니였으면...























Posted by 리네플




DJ가 질문을 던집니다. 겨울이 좋은 이유를 말해보세요-라고.

크리스마스가 있으니까, 호떡과 호빵을 먹을 수 있으니까. 눈이 오기 때문에.
스키를 탈 수 있어서. 눈사람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리고 따뜻함이 좋아지기 때문에...
라는 대답들이 나옵니다.
따뜻함. 추워서 더욱 따뜻한 따뜻함. 

어둑해지는 오후 이어폰이 전하는 <1994년 어느 늦은 밤>을 들으며 호떡을 입에 넣었습니다.
적당히 촉촉하면서 쌀쌀한 날씨에 꼭 맞는 음악과 따뜻한 호떡 한개.

'아, 이 느낌....' 전하고 싶었습니다. ^ ^







그림 이수동/ 그해 겨울 







사랑은 어느날 갑자기 풍덩 빠지는 건 줄 알았는 데 서서히 젖어드는 거라던
<미술관옆 동물원>의 영희가 생각나는 밤-

한해의 끝 12월과 함께 겨울이 시작됩니다. 이제 곧.











 

Posted by 리네플





어느 외국인이 그랬답니다.
자기 나라엔 없는 데 한국에만 있는 게 세가 지 있는 데
설날과 추석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요.

오늘 제가 있는 곳엔 비가 많이 왔답니다.
몇달 사이 조그만 손우산 두 개를 모두 버스에 놓고 내려
외출하는 데 막상 쓰고 갈 우산이 없어 우산없이 그냥 나갔습니다.
조금 오면 그냥 맞고 가야지...
우산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이번엔 좀 긴 장우산을 사야겠다. 그걸 사면 차에 놓고 내리진 않겠지...
손잡이가 긴 장우산을 하나 샀습니다. 보라색 프릴이 달린 예쁜 우산이었습니다.
3단 접이식 우산도 예쁜게 많았지만 이번에 꼭 사고자 마음먹었던 건
손잡이가 기다란 장우산이었기에 갈등 없이 장우산만 보면 되었어요.

하양색과 보라색 두종류, 아무 고민없이 보라색 우산을 집어들었습니다.
우산을 고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초 정도 였답니다.
그리고 우산은 맘에 듭니다. 이제 잊어버리면 안되는 데. 고장도 나지 않았으면.

라디오에서 베리 매닐로우의 <When Octover goes>를 들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아직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어디서도 못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이고 마지막 밤이네요.

내리는 비로 커다란 포플라 나뭇잎들이 길 위를 한가득 덮었던데 보셨나요?
올해는 감기 탓인지 가을이 오는 냄새도 가을이 물드는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채 지나가는 것 같아요.
조용히 가을이 오기를, 그리고 어서 겨울이 오기를...
계절이 바뀌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날도 더욱 가까와지는 것 같아
해마다 그렇게 가을을, 겨울을 기다렸나봅니다.

어느 해보다 마음의 동요가 큰 요즈음
가을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어떻게 지나고 있는 지
계절의 변화를 마음에 담을 여유없이 그저 멀찍이서 흘려 보기만 합니다.








   그림 이수동/ 그녀의 그림자




















   

Posted by 리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