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땅



딱히 연애편지라는 걸 써서 보낼 사람도 없었던 열다섯, 열여섯 무렵부터 
애드가 알란포우, 워즈 워드, 아뽈리 네에르의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와 같은 외국시와
조병화, 김소월, 윤동주 이런 시인들의 명시를 외우면서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드문드문 여고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끼워 넣기도 하면서 시집은 손때가 묻어버렸고
결국 몇번인가는 좋아하던 사람에게
가장 좋아하는 사랑에 관한 시 한편과 이별에 관한 시 한편을 적은 편지를 건네기도 했었다.

그리고 대학교 첫 실기 수업과제곡 가곡 짓기에서 
겁도 없이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 곡을 붙이고는
더 겁도 없이 직접 노래를 불러서 보기 좋게  B-를 받았었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김상용-

아마도 기억엔 길이가 짧아서 그리고 마지막의 저 한문장이 무척이나 맘에 들어서였던 것 같다.
왜 사냐건 웃지요.

실기시험에서 한번도 A+학점을 받지 못한채로 대학을 졸업 했고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시집을 두권 샀다. 
왜 샀냐고 묻는다면...잘 살아보려고! 
아니, 그냥 웃지요.



그림 이수동/ 잘살아보세




 
Posted by 리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