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땅


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에 치매에 걸리셨더랬다.
다른 건 다 잊어버리셨는 데 예전에 살던, 어릴 때 살던 동네 이름은 기억하셔서 말씀하셨는 데.
수푸르지, 수푸르지에 가고 싶다-하셨단다.

어느날 동네 어귀를 돌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표지판을 보았다.
골목길 이름이 적혀있었는 데 '수푸르지'라고 쓰여 있었다.
아...

여기가 할머니가 말하던 그 수푸르지?
그래, 그 수푸르지가 여기 였어.
아빠도 몰랐어?
응.

나는 그 이름이 낯설어서 할머니가 만든 이름일거라고,
아니면 이름을 잘 못 기억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더랬다.
그 표지판을 보기 전까지 오랫동안은.

그 길 할머니집 가는 길-이라고 하면 어떨까?

예전 할머니가 살때는 이곳이 온통 나무 숲이었단다.
지금은 할머니가 살던 집도 없고 할머니도 안계시고 나무 숲도 보이지 않는다.
이름만 덩그라니 남아 있다.

이번 정류장은 수푸르지, 수푸르지 입니다.

Posted by 리네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