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외국인이 그랬답니다.
자기 나라엔 없는 데 한국에만 있는 게 세가 지 있는 데
설날과 추석 그리고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요.
오늘 제가 있는 곳엔 비가 많이 왔답니다.
몇달 사이 조그만 손우산 두 개를 모두 버스에 놓고 내려
외출하는 데 막상 쓰고 갈 우산이 없어 우산없이 그냥 나갔습니다.
조금 오면 그냥 맞고 가야지...
우산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이번엔 좀 긴 장우산을 사야겠다. 그걸 사면 차에 놓고 내리진 않겠지...
손잡이가 긴 장우산을 하나 샀습니다. 보라색 프릴이 달린 예쁜 우산이었습니다.
3단 접이식 우산도 예쁜게 많았지만 이번에 꼭 사고자 마음먹었던 건
손잡이가 기다란 장우산이었기에 갈등 없이 장우산만 보면 되었어요.
하양색과 보라색 두종류, 아무 고민없이 보라색 우산을 집어들었습니다.
우산을 고르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5초 정도 였답니다.
그리고 우산은 맘에 듭니다. 이제 잊어버리면 안되는 데. 고장도 나지 않았으면.
라디오에서 베리 매닐로우의 <When Octover goes>를 들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아직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어디서도 못 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시월의 마지막 날이고 마지막 밤이네요.
내리는 비로 커다란 포플라 나뭇잎들이 길 위를 한가득 덮었던데 보셨나요?
올해는 감기 탓인지 가을이 오는 냄새도 가을이 물드는 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채 지나가는 것 같아요.
조용히 가을이 오기를, 그리고 어서 겨울이 오기를...
계절이 바뀌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날도 더욱 가까와지는 것 같아
해마다 그렇게 가을을, 겨울을 기다렸나봅니다.
어느 해보다 마음의 동요가 큰 요즈음
가을이 어떻게 다가오고 또 어떻게 지나고 있는 지
계절의 변화를 마음에 담을 여유없이 그저 멀찍이서 흘려 보기만 합니다.
그림 이수동/ 그녀의 그림자